용기는 두 번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학창 시절 어떠셨나요? 궁금하시진 않겠지만 전 꽤 모범생이었답니다. 반에 한 명씩 꼭 있는 범생이 타입 있잖아요. 그리고 이런 범생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반장을 많이 하지 않나요
제가 그랬답니다. 어느 날이었나. 중학교 2학년 여름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5교시 담당 선생님이 병가를 내셨나 그랬을 거예요.
그럼 반장이 나와서 조용히 시키고 칠판에 떠든 사람 이름을 적잖아요. 근데 꼭 1분단 맨 뒤에 일진들이 자율 학습 시간에 거기서 떠들고 놀잖아요. 저희 반에도 일진이 3명 정도 있었는데 너무 떠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 3명을 칠판에 이름을 적었답니다. 그러니깐 걔네들이 칠판에 이름 지워달라고 하고 저는 안된다고 말하고 약간 실랑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그 다음 시간에 일진 3명 중에서 제일 싸움 잘하고 덩치 큰 애가 있었거든요. 근데 혹시 여러분 지우개 똥 아시죠? 저도 이거 참 좋아했는데 지우개 쓰다 보면 가루가 생겨요. 이걸 뭉쳐서 찰흙처럼 가지고 노는 건데 그 일진 중 한 명이 지우개 가루를 제 머리에 던지더군요.
그럼 그 가루가 머리에 착 달라붙거든요. 무언가 머리에 뭐가 붙은 것 같아서 뒤를 쳐다보니깐 그 덩치 큰놈이 킥킥대면서 다른 애가 던졌다고 손가락으로 다른 애를 가리키더라구요. 그니깐 아까 전에 행동에 대한 복수?라고 할까요 ㅎㅎ
참 속 보이는 놈이죠. 뭐 싫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시간이 끝나면 개랑 싸워야 겠구나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뭐든지 이런 것은 초장에 결판을 내야 하는 법이랍니다.
근데 문제는 제가 살면서 싸워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수업시간 50분이 너무도 길었습니다. 왜냐면 살면서 공부밖에 안 해봤는데 싸워야 한다는 결정은 저로서도 꽤 힘든 판단이었거든요. 그리고 제 성격상 누구에게 도움 요청하는 것은 애초에 제 선택지에는 없는 것이니깐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그 애가 하도 키가 커서 제 손이 얼굴에 닿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확인 결과 닿긴 하더군요. 왜냐면 종이 치자마자, 달려가서 주먹으로 얼굴 한 대를 쳤거든요. 근데 여기서 제가 놀란 건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주먹으로 얼굴을 때릴 때 이런 촉감이구나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저는 무언가 행동을 할 때 자기 객관화를 하는 편이라, 저의 싸움 실력을 상당히 하회해서 판단했는데, 그 예상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제가 싸움을 못하더군요.
즉 처음 한두 대 때리고 나머지는 다 맞았단 소리입니다. 얼굴 다 터지고 난리도 아니였답니다.
아무튼 애들이 말리고 해서 싸움이 일단락되었습니다. 근데 이 속 보이는 놈이 다음 시간에 또 제 머리에 지우개 가루를 날리더라구요. 전 그 순간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싸워야 한다. 근데 이런 결정을 내리니 무서워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안 맞아보니 몰랐는데 맞아보니 꽤 아프더라구요. 근데 물지 못할 거면 애초에 짖지를 말아야죠.
수업이 끝나자마자 제 온몸의 힘을 담아 그 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근데 여기서 놀란 게, 주먹을 날리기 전에 그 애의 얼굴을 보니깐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이더라고요. 그 애는 이미 상황이 끝난 줄 알았던 거예요. 서열정리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물론 제가 싸움을 워낙 못하기 때문에 기습공격에도 당연히 더 맞았지만 그래도 처음에 하도 못 싸웠기에 몇 대는 더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복도를 지나가는 체육 선생님에게 걸려서 서로 교무실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교무실에서 몇대 맞고 반성문 한 장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시 교실에 들어가서 제가 그 애를 다시 쳐다봤거든요. 근데 개가 제 눈빛을 피하는 거예요. 이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약자라 해도 방법만 찾는다면 강자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러니깐 사람은 좁쌀만 한 고통이라도 그 미래에 대한 예측값이 그려진다면 행동을 삼가기 마련입니다.
즉 한 번의 행동은 돌발 행동이라 취급할 수 있지만, 행동이 두 번이 된다면 연속성을 가지게 되고 원칙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용기는 두 번을 내셔야 합니다. 즉 용기를 두 번 내야 점이 선이 되는 법이랍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인생이 힘드시다면 점에서 선이 되기 직전이 아닌가 생각해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딱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되는데 거기서 멈춰있는 것은 아닌지요.
출처 : blog.naver.com/valent91111/223607759150
2차출처 : cafe.daum.net/MIND.SOS/EJku/13325?svc=cafe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