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운동을 하러 가는 헬스장,
거의 늘 비슷한 얼굴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히 얼굴만 볼 뿐,
눈인사는커녕
본체만체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새벽에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
특히 서너 번 정도 얼굴을 본 사람들에게는
“안녕하세요.”
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곤 합니다.
그리고 샤워실에서 나오거나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고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사실 소싯적에는
운동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헬스장에서 인사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운동하다 친해지면
운동은 못 하고 이야기만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무언의 표현이기도 하죠.
그래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 정도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사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습니다.
인사를 잘하면
정말 떡(?) 같은 단것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주위 평판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인사를 건네는 제 자신이 즐겁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뚱한 표정으로 운동을 하거나,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인사를 하지 않는 그 어색함이란…
차라리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서른에 가까운 조카와 잠시 일을 같이할 상황이 있었는데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기는 하는데,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과연 제대로 된 인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었다면
그냥 성격 문제라고 넘겼을 수도 있겠지만,
핏줄(?)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목소리 밝게 인사하는 것도 좋지만
고개만 까딱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면
분명 너에 대한 인상이 좋아질 것이다.”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인사성이라는 것은
책에서도 계속 언급되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기초적인 신뢰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나이를 더 먹더라도
누구에게나 인사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다 보면
선입견이나 안 좋은 이미지가
조금은 누그러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사기꾼 같은 간사한 웃음은 안 되겠지만요.
헬스장에서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마주치는
60대 중반 정도의 여성분이 계십니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오다가
딸이 근처에서 카페를 인수했는데 같이 가자고 하셔서
사무실 근처이기도 하고 해서
잠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커피와 샌드위치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평소 서로 인사를 잘하고
좋게 받아주다 보니
이런 작은 행운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웃으며 건네는 인사만큼
잘 어우러지는 행동도 드문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로 가는 길에
은행 ATM 기계 앞에서
누군가 꽃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꽃을 잘 몰라서
카네이션인지 장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꽃을 받으실 부모님은
얼마나 기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나버린 기차처럼,
저의 부모님들도
모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부모와 자식은
인연의 끈으로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죽음은 결국
그 끈을 놓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부모도 부모이기 전에
누군가의 자식이었을 텐데,
자식의 도리를 다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부모님 살아계실 때
그 도리를 다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후회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살아가며 가장 후회하게 되고,
또 가장 잊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쁜 꽃다발과
떠나는 기차를 바라보다 보니,
부모님 살아생전에
무심했던 제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와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자책보다는
죄송한 마음과 그리움으로 기억하려 합니다.
며칠 사이 기온이 많이 올라
얇은 옷차림에 반팔을 입고 다니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신록의 계절,
그 푸르름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모두 푸르러지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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